• 최종편집 2024-03-29(금)
 

[충청24시뉴스] 최창열 기자= 질흙 같은 어둠을 뚫고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와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 메케한 연기, 아우성치는 사람들로 화재 현장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이곳이 전쟁터가 아니고 무엇인가? 소방관들은 어떤 이가 이룩하여 놓은 삶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집어삼킬 듯이 날뛰는 화마를 빠르게 잠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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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서천소방서 비인119안전센터 와우(蝸牛) 이 진 복

 

 

 나를 잡아먹을 듯이 엄습해 오는 불길과 싸우면서 다른 생각을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화재진압은 고도로 집중된 순간이고, 육체적으로 체력 소모 또한 극심한 일이다. 화재진압이 끝나고 나면 심신은 소금에 절인 파김치처럼 너덜너덜해진다. 돌아오는 길, 소방차 옆자리에 앉아 있는 선배님의 얼굴을 힐끗 쳐다본다. 평온해 보인다. 모두가 잠든 새벽,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 소방서로 돌아오는 차 속에 앉아 혼자 고민에 빠진다. 그러나 선배님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도 보이질 않고 평온하다. 왜일까? 이유가 뭘까? 나는 이렇게 힘든데 그는 왜 평화로운가?

 

 당시에 나는 결혼도 하지 않은 초년병 소방관이었다. 그와 내가 다른 것은, 그는 고되고 힘든 이 밤을 새우고 나면 토끼 같은 자식과 여우 같은 마누라가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지금 그가 밤새우는 고통의 시간이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함이다. 그것이 그를 지금 행복하게 한다고 생각하였다. 삶에 고통의 정도는

 

 

각자의 느낌일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화마를 잠재우고 ○○시 14만 시민의 안락과 평안을 지켜주는 우리 집, 소방서로 돌아왔다.

 

 고위공직자의 지도력은 중요한 문제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필리핀의 경제체제가 무너진 원인은 마르코스의 독재정권 때문이었다. 마르코스 이전 필리핀은 한국, 이웃하는 일본보다도 잘사는 부국이었다. 박정희 정권 당시에도 "우리도 필리핀 같이 잘 살면 좋겠다"라고 회담장에서 마르코스에게 직접 말했을 정도이다. 그러나 마르코스 독재정권 세력인 그의 아내와 측근들이 저질은 수많은 부정부패로 인하여 지금은 빈국으로 전락하였고, 국민은 고통의 삶을 살고 있다. 대통령 한 사람이 한 나라를 통째로 말아먹은 몹시 나쁜 사례이다.

 

 조선 중기의 재상 퇴계 이황은 대의보다는 사적 욕심으로 공직을 매관매직하는 자들을 “요즘 사람들은 부모 공양을 핑계 삼아 의롭지 못한 녹을 받고 있다”라고 개탄하였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목민심서에서 “신하 된 자가 만백성으로부터 거두어들여서 자기 부모를 봉양하자고 구걸하는 것도 합당치 않고, 임금으로서 만백성에게 거두어들여 신하에게 자기 부모를 봉양하라고 허락하는 그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는 대부분 자식을 먹이고, 먹이기 위해 저질러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부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 국론분열과 대규모 집회까지 확산한 전 법무부 장관 조국 사태 등 모두가 자녀의 입시 문제에서 불거진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부모 봉양을 핑계로도 나라의 녹을 먹지 말라고 하였는데, 지금의 고위공직자들은 부모 공양은 고사하고 자녀를 먹이고, 먹이기 위해 도둑질을 하고 있다.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우리나라의 국민은 촛불집회로 부패 정권에 단죄를 가하고 정권교체를 이루어 낼 정도로 시민의식 수준이 높다. 필리핀과 같이 부패한 고위층 몇몇이 대한민국을 말아먹을 일은 없는 것이다. 군부 쿠데타로 인한 미얀마 사태를 지켜보며, 우리나라 질곡의 역사가 만든 시민의식이 또 다른 한류가 되어 미얀마에서 군부에 저항하는 미얀마 시민정신의 모태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나는 소방관으로 20여 년을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주변에서 부정부패한 동료 소방공무원을 내 눈으로 직접 보지 못했다. 나는 운이 좋게도 부정부패한 그들과 같이 있지 않았다. 얼마나 행운인가! 내가 그들과 함께하였다면 나의 삶도 변했을지 모른다. 나는 10여 년을 화재진압과 조사업무를 병행하며 시간을 보냈다. 모두가 꿈속에서 안락한 밤을 보낼 때 불 켜진 사무실에 홀로 남아 남은 일을 처리하고 있을 때도 많았다. 나도 편안한 침대에서 가족과 함께 평온한 밤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을 왜 하지 않겠는가?

 

 나보다는 내 한 몸 희생하여 가족의 행복과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밤을 꼬박 새우는 선배님을 일찍이 보아서일까? 우리가 소방서에서 깨어 있는 동안 ○○시 14만 시민은 안전한 밤을 보낼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의 밤을 지켜준다. 안락한 밤을 보낸 그들은 아침이 되면 생업 전선에서 가족과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할 것이다. 그것은 소방관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었다. 소방관이란 직업은 소명이 없으면 견디기 어려운 일 있었음을 실감한다. 내가 알고 있는, 내 주위에 있는 대부분 소방공무원의 삶이다. 부패한 공직자들이 아무리 부정부패를 저질러도 맡은바 자기 소임을 다하는 청렴한 공무원들과 항상 깨어 있는 높은 시민의식이 이 나라의 주인이다. 이 나라를 이끄는 것은 부패한 고위공직자가 아니라 바로 청렴한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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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한민국을 이끄는 사람은 누구인가? 청렴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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